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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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여성 광부를 조명하다

 다큐멘터리 ‘광부엄마’는 태백 장성광업소 폐광을 앞두고 여성 광부인 선탄부를 조명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동안 남성 광부에 대한 보도는 많았지만, 여성 광부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퇴한 여성 광부 김매화 할머니는 진폐 질환을 앓고 있지만, 장해등급을 받지 못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여성 광부가 산재 등급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성 광부보다 더 긴 근무 기간이 필요하며, 김 할머니는 이를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76년부터 선탄부로 일한 김 할머니는 1970년대 많은 광부들이 목숨을 잃은 시기에 여성들이 광업소로 유입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선에서는 (사)중앙진폐재활협회 이희탁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광부들의 희생과 노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으로 여성 광부에서 전업한 전옥화 시인의 시를 활용하기로 결정했으며, 그의 작품은 선탄부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여러 기술적 문제와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큐멘터리는 불합리한 진폐법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광부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옥화 시인의 시구처럼, 여성 광부들의 존재가 오랫동안 기억된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보릿고개 살린 구황식품이 억대 음식으로"...속초 섭국의 반전 스토리

리나라 토종 홍합인 '참홍합'으로 만드는데, 현지에서는 이를 '섭'이라 부르며 수백 년간 이어온 전통 음식이다.참홍합은 일반 홍합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를 자랑한다. 우리가 흔히 술집에서 만나는 지중해담치가 5cm 정도라면, 참홍합은 최대 20cm까지 자라는 거구다. 검은 껍데기 표면에는 털이나 따개비가 붙어있어 투박한 외관을 자랑하지만, 그 속살은 놀라운 영양의 보고다. 단백질은 물론 칼슘, 철분, 타우린, 엽산 등이 풍부해 숙취해소와 간 기능 개선, 혈관 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조선시대 의학서 '동의보감'에서는 홍합을 '셥'이라 기록하며 그 효능을 상세히 설명했다. 오장을 보하고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며, 특히 산후 어혈 치료와 자궁 질환에 효과적이라고 전한다. '자산어보'에서도 홍합의 다양한 조리법과 효능을 언급하며, 특히 말린 홍합의 약효를 강조했다.속초 지역의 참홍합 요리법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왔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생존을 위한 구황식품으로 섭죽을 끓여 먹었고, 형편이 나아지면서 섭밥, 섭전 등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얼큰한 고추장 육수에 각종 채소를 더한 섭국이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특히 부추는 참홍합과 궁합이 좋아 필수 재료로 사용된다.속초 등대해수욕장 인근의 '뚝배기 섭국'은 정통 섭국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맛집이다. 이곳의 정공숙 사장은 "섭국 한 그릇이면 피로가 확 풀리고 온몸이 따뜻해진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뽀얀 수컷 홍합과 붉은 암컷 홍합이 어우러진 얼큰한 국물은 추운 겨울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참홍합은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산만을 채취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그 가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서해에서는 썰물 때 드러나는 갯바위에서, 동해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물질을 통해 채취한다. 산란기인 3~6월을 제외하면 연중 맛볼 수 있지만, 특히 겨울부터 초봄까지가 제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