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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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경계 허문 신성희 개인전 열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신성희(1948∼2009) 작가의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가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로의 확장을 시도했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이다. 신성희는 색점, 색선, 얼룩 등으로 추상화적인 회화를 그린 뒤, 캔버스를 뒤집어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긋고 가위로 잘라내는 기법을 통해 '누아주' 회화를 탄생시켰다. 이 색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엮어 그물망을 만들면, 입체적이고도 유기적인 형태를 지닌 작품이 완성된다. 또 다른 기법인 '꾸띠아주'는 색칠한 캔버스를 일정한 폭으로 재단하고 바느질로 이은 것으로, 솔기가 드러나며 더욱 직관적이고 물리적인 입체감을 자아낸다.

 

전시 제목에서 사용된 '누아주'와 '꾸띠아주'는 각각 프랑스어로 '맺기'와 '잇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작가의 작업이 어떻게 평면을 넘어 3차원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신성희는 1970년대 '마대회화' 시리즈로 시작하여, 1980년대 파리에서 활동하며 '콜라주' 시리즈를 선보였고, 1990년대 들어 꾸띠아주와 누아주 시리즈로 그 작업 세계를 변화시켰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전 시기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서 1층에는 신성희의 누아주 시리즈가 전시되었다. '회화로부터'라는 작품은 붓질에서 시작된 평면 회화가 색띠로 변형되어 그물망처럼 이어지는 형태로, 신성희의 작업이 평면을 넘어선 입체적 표현을 어떻게 실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2층 전시실에는 다양한 변주가 가미된 누아주 연작들이 전시되었으며, 그 중 '평면의 진동', '공간별곡', '결합' 등의 작품들이 공간감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하 전시실에서는 '콜라주' 시리즈와 '꾸띠아주' 시리즈가 소개되었다. '연속성의 마무리' 작품은 천장에 매달려 앞뒷면을 모두 보여주며, 이는 신성희가 입체적인 작업을 추구하면서도 평면의 미학을 동시에 결합한 작품이다. 이와 같은 독특한 전시 방식은 작가의 작품이 단순한 미술을 넘어, 공간과 시각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신성희가 1971년에 완성한 '공심'(空心)이라는 작품도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 작품은 창문 밑에 누워있는 인물이 점차 왜곡되는 모습을 벽지에 아크릴릭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공심'은 신성희의 초기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만의 독특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작가 신성희는 생전에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 국기의 3색 색띠를 이용해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으나, 2009년 세상을 떠나면서 그 프로젝트는 미완으로 남게 되었다. 전시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영상도 상영되며, 그가 계획했던 작업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었을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는 3월 16일까지 진행되며, 신성희의 독창적인 미술적 세계와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허물 벗고 맛 채웠다"…울진대게, 지금이 제철!

경북 울진에서 갓 잡아 올린 울진대게는 8년 연속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대표 대게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제철 음식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어민들의 땀방울이 깃든 울진대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보자.대게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번 허물을 벗는 갑각류의 특성을 지닌다. 허물을 벗기 직전에는 먹이 활동을 중단하기 때문에 속이 텅 비어 '물게'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허물을 벗고 나면 왕성한 식욕으로 잃었던 살을 빠르게 채워나간다. 이 시기가 바로 대게의 맛이 절정에 이르는 제철로, 보통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게는 찜통에 쪄내면 뽀얀 속살이 꽉 차올라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단맛과 짭조름한 바다 향은 늦겨울 추위를 잊게 하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울진대게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제철을 맞이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예로부터 울진은 대게의 주요 서식지로, 조선시대 문헌인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도 울진 대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울진 앞바다는 동해의 깊고 푸른 청정 해역으로, 대게가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울진대게의 명성은 천혜의 자연환경에만 기대지 않는다. 울진 어업인들은 대게 자원 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대표적인 예로, 어업인 스스로 1일 1척당 위판량을 제한하는 '연안어업대게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대게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공어초를 조성하는 '대게 보육초'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울진대게는 8년 연속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손병복 울진군수는 "울진대게는 울진군의 자랑스러운 브랜드이자, 지역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울진대게의 명성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도 지속가능한 먹거리로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울진군은 앞으로도 대게 자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울진대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늦겨울, 울진을 방문하여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대게의 풍미를 만끽하고, 지역 어민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특별한 이야기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울진대게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