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에 '눈물의 추모'까지 검열… 이젠 슬퍼할 자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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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이종혁은 자신의 SNS에 "새론.. 생일이 같던 동네 꼬마 후배. 영면하길.. 끝내 삼촌이 소주 한 잔 못 사줬구나.. 그곳에선 밝게 웃길 바란다"라는 글과 함께 국화꽃 사진을 게재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김새론이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자숙했던 점을 언급하며 '소주 한 잔'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고인이 왜 힘들어했는지 생각해보라", "유명인으로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종혁의 추모 글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단지 한 연예인의 '경솔함'을 탓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추모 검열'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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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故 이선균의 경우에도 추모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배우 신현준은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장소에 국화꽃을 놓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죽음을 전시한다"는 비난을 받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가수 하림 역시 추모글과 함께 올린 그림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게시물을 내려야 했다.
심지어 작곡가 김이나와 배우 이지훈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가 "자기 반성이냐", "훈계하지 말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단순히 추모 여부를 넘어, 그 방식과 내용까지 타인의 잣대로 평가받는 현실인 것이다.
물론 추모는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의미를 지닌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인을 향한 애도의 마음마저 재단하고 검열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오히려 슬픔을 가중시키고 진정한 추모를 가로막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묻기 전에,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일에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