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로운 적... 극우 채팅방에서 중국 언급 북한의 3배 '충격'

최근 윤석열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의 활동이 '혐중'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을 악마화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탄핵반대, 부정선거 지지자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5곳을 분석하여 혐중 현상의 원인과 확산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2024년 12월27일부터 2025년 2월26일까지 두 달 동안 채팅방에서 언급된 문장을 집계한 결과, 놀랍게도 '중국'이 '북한'보다 훨씬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중국'(1만2650회), '중국인'(3185회), '중공'(2282회) 등 중국 관련 키워드는 북한을 나타내는 '종북'(4273회), '북한'(4421회) 등을 압도했다. 이는 극우 세력의 주요 혐오 대상이 전통적인 '북한'에서 '중국'으로 뚜렷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중국' '중공' '공안' '화교'가 들어 있는 문장 4730개를 추출하고, '형태소 분석기'를 통해 중국 관련 발언에 포함된 단어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형태소 분석이란 2개 이상의 글자로 이뤄진 단어 혹은 문장을 입력할 때 이를 의미를 가진 언어 단위 중 가장 작은 단위인 형태소 단위로 자동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조사와 시간부사, 분석이 어려운 단어 등을 제외하고 100번 넘게 언급된 중국 관련어는 모두 44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분석 대상 채팅방 속 중국 관련 대화에서 '미국'(310회), '트럼프'(139회) 등 미국에 관한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국의 혐중 현상이 미-중 패권 경쟁과 미국의 대중 전략을 한국의 우익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미국의 세계전략의 변화가 '혐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대선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고, 그때부터 중국을 적대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시점부터 미국에서도 반중 감정이 극대화되기 시작했고, 한국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지운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반중국파들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며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은 그런 미국을 추종하는 모습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중공)이라는 표현이 부상하며 혐중 담론에 활용되는 현상도 미국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있다. 분석 대상 채팅방에서 중국 관련어로 '공산당'이란 표현은 무려 586차례나 등장했다. 김희교 교수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에서 '중공'이라는 말을 쓰면 비난받는 시절이 한 30년 있었다"며 "특정한 시점을 계기로, 중국을 적대화하는 흐름에서 '공산당'이라는 표현으로 (다시) 바뀌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중국을 차이나라고 하다가 중국 공산당(CCP)으로 바꿔 부르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많아졌다. 역시 미국의 세계전략이 바뀐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기술 성장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위협이 되는 측면도 혐중 정서의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다. 형태소 분석 결과에서도 중국 관련 발언은 '자본'·'돈'(각 112회), '기업'(107회) 등과 같은 경제적 키워드가 주로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운 교수는 "중국 혐오는 딥시크의 사례처럼 중국 기술력과 경제가 발전하면 한국 시장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부분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등 우파 집회에서 혐오의 대상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는 현상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더불어 중국의 위협적인 자본력·기술력 성장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희교 교수는 "북미 대화가 진행됐었고, 문재인 정부가 대북관계에 연착륙 전략을 취한 뒤로 (혐오대상으로) '북한'이라는 카드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게 됐다"며 "극우 세력에게는 외부의 적이면서 강력하고 위협적인 멸시 상대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이제 중국이 대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반공 개신교는 혐중 발언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겨레21이 수집한 탄핵반대 채팅방에는 1086명의 참여자가 있었는데, 채팅방 제목부터 개신교 색채가 강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다수의 혐중 주장이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었다.

개신교가 혐중 정서와 결합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기독교 등 종교의 포교 활동을 강력하게 통제해온 역사적 맥락이 존재한다. 김희교 교수는 "중국이 개방한 뒤로 한국 개신교들이 포교를 많이 갔는데, 중국에서 포교가 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극우 개신교로서는 이런 상황이 중국을 하나의 적대 국가로 상정할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에 큰 영향을 미친 여러 세력 중의 하나가 개신교의 특정 계열 그룹"이라며 "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히 있고, 중국에 대한 적개심도 있다. 그게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원래 개신교가 혐중 담론을 주도한 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개신교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동성애 혐오는 개신교를 결속하는 데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에 영향력이 많지 않고, 공산주의 혐오도 임팩트가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먹히는 담론을 개신교가 임의로 활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종교적으로만 적이거나 정치적으로만 적이면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붙어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혐중이 심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극우 입장에서는 중국을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인 적'으로, 개신교 입장에서는 '종교적인 적'으로 상정하면서 혐오를 확산하는 복합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종교와 정치 두 축이 탄핵 국면에서 벌이는 혐중 확산에는 기존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중 정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김지운 교수는 "동북공정을 포함해 중국 네티즌과의 갈등 등으로 인한 반중 정서가 이미 존재했는데, 이를 (탄핵 반대 세력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혐중 정서는 12·3 내란사태와 탄핵 국면을 거치며 부정선거 음모론과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간첩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분석한 채팅방에서도 중국 관련어로 '부정선거'가 무려 441차례나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의도적으로 구축된 논리라고 분석한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극우 세력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통해) 기존의 반중 정서에 올라타서 아주 적극적으로 내란을 옹호하고 정당화하고 있고, 이를 위해 가짜뉴스를 섞어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이사는 "중국 혐오와 부정선거는 우연한 결합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근대적 합리성인 '선거'제도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를 사회마다 표출하는 서사는 다를 것이고, 한국은 혐중과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형성된 혐중 정서가 확산하는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치적 목적에서 윤석열 지지자·극우를 결집시키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혐오를 조장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윤석열 대통령도 내란사태 이후 2024년 12월12일 대국민 담화와 탄핵심판 과정에서 '중국인 간첩'을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김지운 교수는 "중국을 악마화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친미반중' 외교를 일관되게 추진해왔기에 자신들의 정당성을 어필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며 "반중 정서에 호소하면서 '미움에 올라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유튜브는 혐중 관련 가짜뉴스가 퍼지는 핵심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 김현준 연구원은 "유튜브는 혐중의 근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예컨대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설교나 일상에서 어디 유튜브를 찾아보라고 알려주면, 사람들이 그 유튜브에 들어가서 보게 되고, 알고리즘을 타고 계속해서 유사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혐중 정서가 한국 사회에서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김희교 교수는 "혐중은 극우와 인종차별, 이주민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부돼 있다"며 "정말 진지하게 혐중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계획하지 않으면, 한국이 인종주의 국가가 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부정선거론·탄핵반대 채팅방 분석에서도 이러한 우려스러운 흐름이 확인된다. '조선족'(166회), '특혜'(139회) 등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차별하고 비난하는 표현들이 중국을 언급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단어로 이미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혐중 정서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 한국 사회 내 실질적인 차별과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신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