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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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으로 맞불 놓은 한덕수… 마은혁 임명 '침묵' 속 정국 급랭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야당의 맹렬한 공세 속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공석 장기화를 막기 위해 마은혁 변호사 임명을 강력히 요구하며 거부 시 '중대결심'까지 예고했지만, 한 대행은 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상법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야당은 즉각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며 탄핵 카드까지 거론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1일 한 대행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조항이 지나치게 모호하여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이는 곧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상장회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기업 활동 위축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의 이번 결정을 '사실상의 마은혁 카드 거부'로 해석하며 야당과의 대립각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전후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불구하고 마 후보자 임명 관련 질문에는 일절 답변을 회피했다. 심지어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도 해당 안건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마은혁 카드'에 대한 한 대행의 부정적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비판하며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외면하면서 재계의 입장만을 반영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으려는 의도"라며 맹비난했다. 또한, "오늘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처럼 한 대행과 야당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마은혁 카드'를 둘러싼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 대행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야당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민주당은 탄핵 추진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국은 또다시 극심한 혼란과 마비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라질 뻔한 ‘150년 농요’ 축제, 전국 사진작가 몰리는 이유는?

혔다. 이 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라, 전국에서 사진작가 100여 명이 몰려들 만큼 깊은 문화적 의미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통문화 재현의 장이다.보은장안농요는 19세기 중엽부터 보은 장안면 일대에서 대대로 전승되어 온 전통 농업 노동요다. 논농사가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던 시절, 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힘을 합쳐 농사를 지었다. 이때 노동의 고단함을 덜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불렀던 노래가 바로 농요다. 단순히 흥을 돋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일하고 노래하는 가운데 지역 공동체의 유대와 정서가 녹아든 생활문화의 중심이었다.이번 축제는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가 주관하며, 당시 농경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들나가기-모찌기-모심기-점심참-초듬아시매기-이듬논뜯기-신명풀이’로 이어지는 논일의 전 과정을 무대 위가 아닌 실제 논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닌 생생한 역사 체험을 통해 농요의 가치와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모든 재현은 과거 농촌의 실제 일과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어, 현장감과 몰입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축제를 이끄는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는 2017년 공식 결성됐다. 설립 과정부터가 특별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기억과 구술을 바탕으로 학술고증을 거쳐,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단절되었던 농요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고증에 참여한 주민들은 단순한 구술자에 그치지 않고 복원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참여자로 나섰으며, 이들의 애정 어린 노력 덕분에 오늘날의 보은장안농요는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으로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보은장안농요는 단순히 보은 지역만의 자산이 아니다. 그 문화적 가치와 예술성은 이미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 충북민속예술축제에서는 개인 및 단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2018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도 금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이로써 보은장안농요는 지역민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전국 단위의 문화예술 자산으로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남기영 전통민속보존회 회장은 “보은장안농요는 단순한 전통 복원이 아닌,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축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참여하는 주민과 관람객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전통을 살아 있는 현재로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를 예고했다.올해로 7회를 맞는 보은장안농요축제는 축제를 넘어 하나의 문화유산 복원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이 행사를 기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것 또한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 그 이상을 증명한다. 과거 농촌의 모습이 남긴 인간적 풍경과 공동체의 서사를 이 축제는 고스란히 품고 있다.보은장안농요축제는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민속문화의 현장이다. 농요가 울려 퍼지는 논길 위에서, 관람객들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함께 일하고, 함께 노래하던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지역 축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전통의 가치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함께 던지는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