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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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은 바뀌어도 엄마는 영원하다'는 퀴어 소설가

 문학동네소설상 30회 수상작 '어둠 뚫기'의 작가 박선우의 소설은 성소수자(게이) 주인공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퀴어 소설로 분류되지만, 기존 퀴어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은폐되어 왔던 성소수자들은 최근 들어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더 자주 등장하며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박 작가의 소설 속 성소수자는 기존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주인공은 밤새 클럽에서 춤추는 모습이나 '여자 사람 친구'와의 과장된 우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외모를 치장하는 일에 집중하지도, 매번 새로운 남자와 사랑을 하지도 않아요. 그저 일상에 천착해 살아가는 게이도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었죠."

 

박 작가의 주인공은 책을 편집하는 평범한 노동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며, 독자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접근은 성소수자를 특정 이미지로 고착시키는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다.

 

'어둠 뚫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인공이 남성에 대해 가지는 복잡한 감정이다. 소설 속에서 남성은 연애 대상인 동시에, 사회에서 주인공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군대 선·후임이자 또래 집단이며,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로 다층적으로 그려진다. 박 작가는 "게이를 하나의 모습으로 정형화시키지 못하도록 평범하면서도 다면적으로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 사이의 관계다. 작가는 집요하게 주인공의 곁에 어머니를 배치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우울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이를 부정하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꺼내는 패턴이 반복된다.

 

"엄마는 가장 밀접한 관계의 타인이에요. 연인은 대체가 돼도 엄마는 영원히 대체할 수 없는 존재죠. 엄마가 학교나 직장에서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게이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

 

박 작가의 이런 접근법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단순히 '퀴어'라는 정체성으로만 규정짓지 않고, 가족 관계, 직업, 일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문학계에서 퀴어 서사가 보다 다양하고 풍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등단 8년 차, 두 권의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박 작가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의외로 담담한 대답을 내놓았다.

 

"예순, 일흔이 돼서도 계속 쓰는 게이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지금 제게 그런 선생님이 계시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거든요. 그때 혹시 궁금한 게 있는 젊은 소설가가 있다면 제가 답해주고 싶어요."

 

이 한 마디에는 한국 문학계에서 성소수자 작가로서의 롤모델이 부재한 현실과, 그 자신이 미래 세대를 위한 이정표가 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있다. 박선우의 '어둠 뚫기'는 단순한 퀴어 소설을 넘어, 한국 사회와 문학계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더 다양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상금' 받는 대회 개최

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현대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멍때리기 대회는 참가자들이 90분 동안 어떠한 말이나 행동도 하지 않고 오직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도전이 현대인들에게는 의외로 큰 난관으로 작용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끊임없이 SNS를 확인하며, 항상 무언가에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90분간의 '멍때림'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다.대회의 우승자는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를 합산하여 결정된다. 기술점수는 참가자가 착용한 심박 측정기를 통해 15분마다 확인되는 심박수 그래프를 기반으로 산정된다. 심박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점진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는 참가자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는 참가자가 얼마나 깊은 이완 상태에 도달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예술점수는 현장에서 대회를 관람하는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관람객들은 어떤 참가자가 가장 '멍한' 상태로 보이는지 투표하게 되며, 이는 멍때리기의 시각적 표현력을 평가하는 요소다. 두 점수를 합산하여 상위 10팀을 선정하고, 그 중에서도 기술점수가 높은 순으로 최종 1~3등과 특별상 수상자를 가린다.대회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최 측은 색깔 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참가자들은 말을 하지 않고도 4종류의 색깔 카드를 이용해 필요한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빨강 카드는 마사지, 노랑 카드는 부채질, 파랑 카드는 물을 요청하는 의미이며, 기타 불편 사항은 검정 카드를 들어 표현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참가자들이 멍때리기에 집중하면서도 최소한의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수상자들에게는 트로피와 상장이 수여되며, 모든 참가자에게는 참가 인증서가 제공된다.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총 80팀(1팀당 최대 3명)을 모집하며, 4월 18일 오전 10시부터 26일 정오까지 대회 공식 누리집(www.spaceoutcompetition.com)과 인스타그램(instagram.com/thespaceoutcompetition)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최종 참가자 명단은 4월 28일 오전 10시에 공지될 예정이며, 대회 당일 결원이 발생할 경우 현장 신청을 통해 충원된다.서울시 관계자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며 "멍때리기 대회가 시민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한편, 멍때리기 대회 이후인 당일 오후 7시부터는 '한강쉼표 명상' 프로그램이 50명 규모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은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누리집(www.festa-ddooddoo.com)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