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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봄 축제 'A부터 Z까지'

강원 동해안 지역이 본격적인 봄꽃 개화 시기를 맞아 다채로운 봄 축제를 개최하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인해 축제 분위기는 다소 차분한 모습이다.

 

강릉에서는 지난 4일 개막한 ‘경포벚꽃축제’가 오는 9일까지 진행된다. 강릉시는 지난달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자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올해 축제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공연 행사는 최소화되었지만, 경포대 경포호수, 교동 택지,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남산공원, 남대천 등 강릉 지역의 주요 벚꽃 명소는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양양에서는 남대천 둔치에서 ‘양양생생축제’가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열렸다. 이 축제 역시 개막 공연이 취소되었지만, 다양한 생태 체험 프로그램과 거리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며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축제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한 차례 더 개최되며, 12일부터 13일까지는 송이공원 벚꽃길에서 벚꽃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동해에서는 북평동 전천 일원에서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전천 축제’가 개최됐다. 동해시는 당초 계획했던 불꽃 축제를 취소하는 대신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하며 의미 있는 행사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방문객들은 화려한 불꽃놀이 대신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 활동에 동참하며 봄 축제를 즐겼다.

 

 

 

삼척에서는 ‘맹방유채꽃축제’가 지난 4일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삼척 근덕면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장에서는 방문객들이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봄 정취를 만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또한, 삼척소방서는 행사장에서 산불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며 시민들에게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속초에서는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영랑호 잔디광장에서 ‘2025 영랑호 벚꽃축제’가 개최된다. 올해 축제는 ‘나의 완벽한 봄, 속초’를 주제로 열리며, 가족과 연인이 함께할 수 있는 ‘영랑운동회’, 영랑호의 석양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벚꽃시네마’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외에도 버블쇼, 감성적인 거리 공연 무대, 친환경 체험 행사, 야간 벚꽃 조명길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특히, 행사장 내 QR코드를 통해 고향사랑기부금을 접수받아 산불 피해 지역에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한편, 코레일관광개발은 대전광역시와 협력해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와 연계한 체험형 기차 여행 상품 ‘꿈돌이 과학열차’를 선보인다. 해당 상품은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 당일 코스로 운영되며,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참가자들은 KAIST 명예교수와 함께하는 캠퍼스 투어, 과학 미션 투어, 축제장 관람, 대전 주요 관광지 방문 등의 코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전국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도록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라권(광주송정, 정읍, 익산), 경상권(부산, 동대구, 울산) 등에서도 출발이 가능하다. 성인 고객을 위한 ‘성심당 빵지순례 코스’도 마련돼, 과학 미션 대신 대전중앙시장과 성심당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상품가는 1인당 5만9000원부터이며, 왕복 열차비, 차량 이용료, 관광지 입장료 등이 포함된다.

 

권백신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는 “꿈돌이 과학열차는 대전시와 체결한 업무협약 이후 공동 기획한 첫 번째 상품으로, 과학을 흥미롭게 체험하고 가족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축제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가운데, 강원 동해안에서는 차분하면서도 의미 있는 봄꽃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대전에서는 과학을 주제로 한 새로운 기차 여행 상품이 선보이며, 봄과 과학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음성군, 부끄러운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하다…'경호정'의 재발견

어있기 때문이다. 1934년, 당시 조선총독부 음성군수였던 권종원은 일본 왕세자 아키히토의 탄생을 축하하고 일제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기 위해 이 정자를 세웠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정자가 위치한 인공 연못과 섬의 구조가 일장기를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일제의 상징을 숨겨 놓은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존 안내판에는 경호정이 친일 목적의 조형물이라는 설명이 빠져 있어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안내판 교체는 뒤늦게나마 역사를 바로잡고, 부끄러운 과거를 후대에 교훈으로 남기기 위한 음성군의 의지를 보여주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경호정 건립 과정에서 드러난 일제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500평에 달하는 연못을 파고 그 안에 200평 규모의 섬을 만드는 대규모 공사에는 지역 주민들이 강제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 건립을 넘어, 당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경호정 옆에는 ‘독립기념비’라는 이름의 비석이 서 있는데, 이 또한 본래는 아키히토의 출생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다. 광복 이후에도 철거되지 못한 채 글씨만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이 비석은, 청산되지 못한 친일 잔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물이다. 이처럼 설성공원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들은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다.지역 사회에서는 경호정과 기념비의 처리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일제의 잔재물이므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아픈 역사도 역사이므로 보존하여 후대에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오랜 논의 끝에 음성군은 전문가 자문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존치’를 결정했다.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 건립 배경과 역사적 의미를 명확히 알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수정된 안내판에 ‘경호정은 친일 인물로 분류되는 권종원이 음성군수로 재임할 때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세운 일제 잔재물이다’라는 문구를 명시한 것은 이러한 결정의 결과물이다.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인 셈이다.이번 음성군의 결정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친일 잔재 청산 문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무조건적인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 역사적 맥락을 정확히 기록하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청산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음성군은 앞으로도 지역 내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그 성격에 따라 철거 또는 보존의 원칙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호정 안내판 교체를 시작으로,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더 많은 친일의 흔적들이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오르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